23평을 넓어 보이게 만든 아치 하나
벽 트는 게 늘 답은 아니에요.
이 집은 벽을 반만 남겼습니다.
남긴 자리를 아치로 깎았고요.
그 하나로 인상이 바뀌었습니다.
거실 벽지가 누렇게 바랬어요.
조명도 오래된 거 하나였고요.
거실에서 주방 쪽을 보면요.
신발장까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현관이 보이면 더 좁게 느껴집니다
이 시선을 어디서 끊을지.
그게 이 집의 숙제였어요.
평면은 바꿀 수가 없거든요.
시선만 손볼 수 있었습니다.
벽지를 뜯고 개구부를 세웁니다.
다 트면 더 넓어지지 않나요
현관이 거실 한가운데로 옵니다.
넓이보다 가림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위쪽만 아치로 깎았습니다.
가림막이면서 통로인 셈이죠.
벽을 헐 수 있는지부터 봅니다.
아파트엔 못 헐 벽이 있거든요.
이 벽이 뭘 받치는지부터 봅니다
헐어도 되는 벽이어도요.
안에 배관이나 배선이 지나면
옮길 수 있으면 옮기고요.
못 옮기면 그 폭만큼 남깁니다.
아치 자리도 절반은 그 이유죠.
모양만 보고 정하면 바뀝니다.
같은 개구부인데도 다릅니다.
각지면 벽이 끊긴 걸로 보이고요.
둥글면 이어진 걸로 보입니다.
아치는 위 모서리를 덜어내죠.
그만큼 시선이 위로 올라갑니다.
층고 낮은 집에서 잘 듣는 이유죠
색을 한 자리만 쓰려고요.
나머지는 전부 흰색입니다.
한 자리에 몰아야 살아납니다.
여러 곳에 쓰면 다 죽고요.
꽃무늬 상부장이었어요.
배관도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요.
벽에는 때가 타 있었습니다.
주방에서 보면 아치가 걸리죠.
배관은 벽 안으로 넣었습니다.
거실이랑 한 덩어리로 이어지죠.
벽은 그대로 서 있는데요.
이어져 보이는 게 아치 덕입니다.
색을 두 가지로 줄였어요
누런 벽지에 꽃무늬 상부장,
민트 타일에 베이지 욕실까지요.
색이 많으면 왜 좁아 보이나요
시선이 한 번씩 멈추거든요.
그 횟수가 좁다는 느낌이 됩니다.
그래서 흰색으로 깔았습니다.
아치 한 자리에만 색을 쓰고요.
색을 몰면 얼굴이 됩니다.
나눠 쓰면 얼굴이 없어지고요.
자재 가짓수도 같이 줍니다.
발코니는 민트 타일이었어요.
구형 샤시도 그대로였고요.
욕실은 베이지 타일이었습니다.
타일 붙이는 중엔 이렇습니다.
천장 배관이 드러나 있죠.
다크 그레이 하나로 맞췄습니다.
벽걸이 세면대도 달았고요.
23평 욕실에선 절반을 먹거든요.
샤워 자리를 넓게 잡았어요.
거실은 통창 쪽까지 정리했어요.
벽이랑 복도도 같은 톤입니다.
침실엔 붙박이를 짜 넣었고요.
이 집에 쓴 색은 두 가지입니다
색을 줄이면 자재비도 줍니다.
가짓수가 적어지니까요.
자재가 늦게 올 일이 줄고요.
정리하면 세 가지였어요.
튀어나온 수납을 넣은 것입니다.
현관이 거실에서 바로 보이면
넓히기보다 줄이는 게 빠릅니다.
벽 트는 값보다 덜 들고요.
23평인데 방문을 열어 두면
평면이 아니라 시선 문제였거든요.
평면은 몰라도 시선은 바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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